의식의 흐름으로 막 써대는 연습장.

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끓는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시몬,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사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오라,밤은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THE EGG

Written by Andy Weir

Translated by Soo Choi  최수영




당신은 귀가하는 도중 죽었다.차사고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고는 아니였지만 치명적이였다. 


당신은 죽으며 아내와 두 아이들을 남겼다. 


다행히 고통은 없는 죽음이였다. 


응급요원들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사실 몸이 아주 산산조각 나는 바람에 죽는게 나았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날 만났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당신은 물었다. “여긴 어딘가요?”


“당신은 죽었어요,”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돌려말할 필요는 없다.


“트... 트럭이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그랬죠.” 나는 말했다.


“내가... 내가 죽었나요?”


“네. 하지만 상심하진 말아요. 다들 언젠간 죽는 법이니까요.” 나는 말했다.





당신은 돌아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신과 나를 제외하곤. 


“여기가 어디죠?” 당신이 물었다. 


“사후세계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말했다.





“당신이 하나님인가요?” 당신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하나님이에요, 난.”





"내 아이들... 내 아내.“ 당신이 말했다.


“그들은 왜요?”


“그들은 괜찮을까요?”


“보기 좋군요.” 내가 말했다. 


“방금 죽었는데도 가족을 걱정하다니. 아주 좋아요.”


당신은 나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한테는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로 보일 뿐이였다. 


여자일 수도 있고. 베일에 싸인 권위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절대자라기 보다는 문법 선생님 같은 존재 같다고나 할까.





“걱정마세요.” 난 말했다. 


“그들은 괜찮을 꺼에요.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을 완벽했던 사람으로 기억할꺼에요. 


아내는 겉으로는 슬퍼하겠지만, 속으로는 안심하겠죠. 


뭐, 둘의 결혼은 실패하고 있었으니까요.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안심하고 있다는 거에 그녀는 매우 자신을 자책할꺼에요.”


“아.” 당신이 말했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하는 건가요?”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당신은 환생하게 될 겁니다.”


“아.” 당신이 말했다. “힌두교 얘기가 맞았네요, 그럼.”


“모든 종교는 다 그 나름대로 맞아요.” 내가 말했다. 


“저와 좀 걷죠.”





우리는 허공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딱히 정해진 곳은 없어요.” 내가 말했다. 


“얘기하면서 걷는 거죠.”


“그럼 요점이 뭐죠?” 당신은 물었다. 


“내가 환생하면, 난 다시 백지로 태어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기로 말이죠. 그러면 내가 이번 생애에 경험하고 행했던 모든 것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는 거고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답했다. 


“당신은 전 생애에서 얻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지금 당장 기억을 못 할 뿐이죠.”


나는 걷는 것을 멈추고 당신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한 것이에요. 


인간의 생각은 당신의 존재의 그저 조그만 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인거죠. 


마치 컵에 담긴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보려고 손가락을 담구는 것 같은, 그런 일이에요. 


당신의 조그마한 부분을 컵에 담구고, 다시 꺼낼 때 당신은 그 그릇이 담았던 모든 경험을 얻는 거죠.”


“당신은 그간 48년 동안 인간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당신의 거대한 자아를 아직 다 느끼지 못한 것 뿐이에요. 


여기서 좀만 지내고 나면,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생애와 생애 사이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전 지금까지 몇 번 환생한거죠?”


“많이요. 아주, 아주 많이요. 아주 여러 가지의 삶으로 말이죠.”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기원전 540년의 중국인 소작농 여자로 태어나게 될 꺼에요.”


“잠시, 뭐, 뭐라구요?” 당신은 더듬으며 말했다. “나를 과거로 보낸다는 말이에요?”


“뭐, 그런 셈이죠. 당신도 알겠지만, 시간은 당신의 세계에서만 존재해요. 나의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죠.”





“당신은 어디서 왔는데요?” 당신이 물었다.


“물론” - 난 설명하기 시작했다 - 


“난 분명 어디서론가 왔어요. 여기와는 다른 곳이죠. 


그리고 거기에 나같은 존재들은 더 존재해요.


당신이 나의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썬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 당신은 약간 실망한 듯 했다.


 


“잠시만요. 만약 시간 상 다른 곳에 제가 환생하게 된다면, 


한번 쯤 내 자신과 맞닥뜨린 적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럼요. 항상 일어나는 일이죠. 


그리고 두 생애 다 자신의 삶 밖에 인지할 수 없으니, 


당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고요.”





“그럼 도대체 이러한 일을 하는 목적이 뭐인거죠?”


“지금 진심인가요?” 난 물었다. 


“지금 진심으로 나에게 삶의 목적을 물어보고 있는 건가요? 약간 진부한 질문이라고 생각 안해요?”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당신은 물러설 기색이 없어보였다.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삶의 목적,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세계를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위해서에요.”


“인류 전체 말이에요? 우리가 다 성장하기를 원하는 건가요?”


“아뇨, 당신 한 명이요. 난 이 모든 세계를 당신 하나를 위해 만들었어요. 


새로운 생애 하나 하나마다 당신은 자라고 성숙해져서 더 크고 대단한 지능을 가지게 될꺼에요.”





“저만요?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건 당신과 저 뿐이에요.”


당신은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구 상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다 당신이에요. 당신의 각기 다른 환생이죠.”


“잠시만요. 내가 모두란 말이에요!?”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하는 군요.” 축하의 의미로 등을 툭 치며 내가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이 후에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내가 아브라함 링컨이였어요?”


“그리고 존 부스 (역주: 링컨의 살인자)이기도 했죠.” 내가 덧붙혔다.


“내가 히틀러였다고요?” 당신은 끔찍한 듯 물었다.


“그리고 그가 살해한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였죠.”


"내가 예수님이였단 말인가요?"


"그리고 그를 따른 모든 사람들이었죠."


당신은 조용해졌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피해줄 때마다"--내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피해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배풀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한거죠.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겪은 행복과 불행을 당신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꺼에요."





당신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왜죠?" 당신은 물었다. "왜 이 모든 걸 하는 거죠?"


"왜야하면 어느날, 당신은 나와 같이 될 것이거든요. 


그게 당신의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와 같은 부류이죠. 나의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놀라서 말했다. 


"내가 신이란 말인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에요. 당신은 태아에 불과하죠. 아직도 자라고 있는 태아. 


시간 상의 모든 생애를 다 살았을 때, 신으로 태어날 만큼 자라나 있을 꺼에요."

"그럼 이 모든 세계가," 당신이 말했다, "그저…"


"알과 같은 거죠." 내가 대답했다. 

"자, 이제 다음 생애로 환생할 시간이군요."




그리고 난 당신을 보내주었다.



차가운 칼날처럼 가슴에 박힌 약속

도무지 상상 못할 그대 부탁

봄날의 꽃을 꺽고 성전을 불태우고

순결한 나비의 날개를 비트는 짓

그보다 더 잔인해

여름날 햇살을 지워내듯

함께한 모든걸 어떻게 지울 수 있나

여전히 눈부신 이 사랑을 파괴하는 일 자신 없어


하지만 약속한대로 지킬거야 모두

어찌하나 내가 어떻게 

여름날 햇살을 지워내듯

함께한 모든 걸 어떻게 지울 수 있나

뛰는 심장을 파괴하는 일

내가 하리라 맹세했어

사랑을 위해 맹세했어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을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이었다



아직 안 자면 너 지금 걷자는 거니 

난 조금 그래 다음엔 어때

걷자던 애가 왜 이리도 신이 났는지

그렇게 웃지마 날 바라 보지마

한 낮 열기가 식은 이 밤이 나는 두려워

오 날 들뜨게 하는 이 느낌 괜히 싫어 

고백하지 않으려고 참아 온 그 많은 날 들 무너질 것 같아

지금 이 여름 밤

누가 틀었는지 저기 흐르는 노래

농담처럼 네게 보냈던 그 노래

걸으며 흔들 때 내 손 스치지는 말아줘

화내는 건 아냐 조금 미운 것 뿐야

한 낮 열기가 식은 이 밤이 나는 두려워

오 날 들뜨게 하는 이 느낌 괜히싫어

고백하지 않으려고 참아 온 그 많은 날 들 무너질 것 같아

한 낮 열기가 식은 이 밤이 나는 두려워

오 날 들뜨게 하는 이 느낌 괜히 싫어 

고백하지 않으려고 참아 온 그 많은 날 들 무너질 것 같아

지금 이 여름 밤



그냥 왠지 여름 밤 탓에 화자가 결국 고백을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푸른밤처럼 그립고 그리워서 마음이 은하수를 만들었을것만같아서, 여름 밤 탓을 들으면 푸름밤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럭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헤어지는 법을 모르는 소년을 찾고 있어 사랑하려고

사탕을 빨아 먹는 아이와 사탕을 깨물어 먹는 아이에 대해 나는 다 알고 있거든


 소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줄무니 티셔츠를 좋아하던 아동이었다지 물감만을 바르지는 않겠어요 물의 속성으로 그대로 두세요 고운 색깔로 규정하기를 반복하는 소녀들 속에서 빠져나와 소녀는 과거로 노래한다 아빠가 죽고 엄마가 죽고 나는 죽지 않고 잘도 자라네 행복의 두 페이지는 죽음 상냥한 친구들도 거절할래 선물도 받지 않을래 기쁠 것도 없으니까 슬플 것도 없을 테지


 가리고 있는 바람의 파티션 너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나약한 소녀를 꺼내라

소녀를 등장시키면 소년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나는 법

이미 절반의 소년 옆에서 느끼는 girl 돌보는 boy를 만드는 것은 girl의 진리 

숟가락 하나를 놓는 것은 끼니를 때우는 일 같지만 숟가락 두 개일 때는 화목한 식사로 보이기도 하니까 혼자가 싫은 소녀는 서둘러 소년을 만들어내려 한다 자칫 오차가생겨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인색한 사람을 만들기도하지만 소녀가 살고 있는 집의 적나라한 키친 앞에서는 어쩐지 벌거벗고 함께 먹는 소년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좀더 세련된 터치 방식은 없는 거니?어떤 날은 내가 너무 싫고 어떤 날은 내가 너무 좋아 소년은 어떨까 기분이 좋아져서 예쁜 목소리가 나오지 안녕,그동안 즐거웠어 쉽게 손 흔드는 것들을 영원히 떠나려고 해


창문을 닫고 잠들어야 하는 cold wind의 계절이 오면 '보살펴주다'와 '따뜻하다'를 훔쳐 적어 소년과 함께 겨울잠에 들기 전에 소녀는 떠나온 소년들에게 엽서를 띄우겠다고 한다 깊게 잠들기 전에 소녀는 완성한 소년과 동물원에도 다녀오기로 약속한다 소년이 동물 그 자체 그런 형태 그런 무늬 그런 상태를 꿈꾸기 전에 아담의 이브처럼 따 먹기 전의 태초의 마음처럼 조심스레 입으로 딸기를 옮기듯 소년 소녀 풀어헤친 앞가슴과 배꼽을 보이고 마주 서 있어도 괜찮은 것처럼


이빨 상한다 살살 빨아서 천천히 녹여 먹으렴


사탕을 빨아 먹는 소년과 사탕을 깨물어 먹는 소년이 자라

사랑을 빨아 먹는 남자와 사랑을 깨물어 먹는 남자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벌레가 먼저 먹은 잎사귀인 듯 끼어드는 것들이 먼저 남긴 흔적이 더 먼저 보인다


사랑을 천천히 빨아 먹는 소년을 만들고 있어 오래 사랑하려고 나의 처음을 줄게 처음이 첫번째는 아니야 너는 '무엇'을 줄 거니 '언제'를 줄 거니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돼 사실 나는 갖고 싶지는 않거든 소녀는 원하는 소년을 만들고 서둘러 만드는 방법을 삭제한다 소녀는 지워진다


Protected